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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무덤

글쓴이 : 냇골 날짜 : 2017-04-12 (수) 03:38 조회 : 1097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예수를 십자가 위에 못박아 죽이고 난 후 첫번째 맞는 예루살렘의 안식일은 고요하기만 
했을 것입니다. 민중을 소란케 한다고 늘 종교계의 위협을 받았던 예수, 행여나 하고 
한가닥 소망을 가졌던 사람들의 모든 기대를 물거품처럼 되게 하고 그렇게도 무능력하게 
십자가에 처형된 나사렛 예수, 그를 무덤에 묻어 버리고 예루살렘 사람들은 허탈감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안식일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조리며 안식일 후 첫날의 동이 트기를 
기다리는 여자들이 몇 사람 있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 등 예수를 따르던 여자들입니다. 그들은 예수의 시체에 바르기 위한 향품을 준비해
가지고 날이 새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식일에는 이러한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식 후 첫날 새벽 미명에 예수의 무덤을 찾아온 여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단단히 단속을 하고 인봉까지 해놓고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파숫군까지 세워 밤을 새며
지켰던 무덤의 돌문이 굴러 뻘어져 있고, 파수를 보던 로마 군인들은 죽은 사람처럼 나자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의 무덤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예수의 시체는 거기 없었습니다.
이럴 수가?...!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고도 시원치 않아 그 시체까지 훔쳐가다니...
무덤을 찾아간 여인들의 마음은 애통과 분노와 두려움에 쌓였을 것입니다.
아마 우리도 그때 그곳에 있었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빈 무덤! 예수의 빈 무덤앞에 서서 우리는 믿는다고 하는 것, 주님의 하시던 말씀을
그대로 믿는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만듭니다.
그것 뿐이겠습니까, 이 빈 무덤은 인간의 간사한 꾀와 눈꼽만한 지혜를 가지고
전능자의 능력에 대항해 보겠다는 교만하고 어리석음을 깨닫게도 해 줍니다.
그것도 모자라 예루살렘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파숫꾼들에게 돈을 많이 주고 
예수의 시체를 그의 제자들이 밤중에 도적질해 갔다고 성내에 온통 소문을
퍼뜨리게 했습니다.
예수의 빈 무덤앞에서 숙연하게 머리를 숙이고 교만하고 어리석었던 나 자신을
돌아다 보고 마음 깊이 회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