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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회 칼럼 #11 노년의 외로움

글쓴이 : ori2038 날짜 : 2015-12-17 (목) 06:47 조회 : 1618
에녹회 칼럼11.    노년의 외로움

추수감사절을 맞아 달라스 택사스에 사는 아들 집에 다녀왔습니다.
 회사의 일이 바쁘고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이 어려우니 자기 집에서 감사절을 보내자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가게 된것입니다. 해마다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우며
 비슷한 태도를 보였기에  이번에도 그려르니 했지만 손녀와 손자가
 너무 보고 싶기도 하고 이번 기회를 놓지면 그녀석들하고 더욱더
 멀어질 것같은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손주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한 특별잔치 초청장도 보내왔기에 명분은 그럴듯 했습니다.
모처럼의 만남에 우리는 즐거웠고 손주들의 재롱에 시간 간줄
몰랐습니다. 아이들을 재운 후 우리는 T.V에서 광고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수퍼마켓 체인인 EDEKA의 크리스마스 광고 영상이었습니다. 
광고에 나타난 노인은 평생 성실하게 살다가 노후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자녀들도 잘 자라서 대도시에 나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조용한 집안의 정적을 깬것은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집에 갈 수 
없어요’ 라는 전화 메시지였습니다. 메시지를 받은 노인은 
창가에 홀로 서서 이웃집에서 왁자지껄 반갑게 자녀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낸지가 이미 
몇년째가 되었나 봅니다. 노인은 작심한듯 텅빈 식탁에 앉아 무엇인가를 썼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삼남매는 갑작스런 소식에 충격을 받습니다. 
놀랍게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었습니다. 자녀들은 부랴부랴 검은 상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며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맞은 것은 아버지의
장례식이 아니고 크리스마스 만찬이었습니다. 가짜 사망소식을 전한 노인이 
웃으며 등장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너희들을 모두 모울 수
 있었겠느냐?” 자책과 후회로 괴로워하던 자녀들은 안도하고 고요하던 집안은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났고 이야기 소리가 넘쳐 났습니다. 

 우리는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꼈습니다. 아들 내외도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꼭 하고 싶은 말을 마침내 한것처럼 가슴이 후련해졌습니다. 
한낱 광고였지만 사람들의 가슴을 찌르는 내용이었습니다. 노년의 외로움을 
극명하게 조명했기 때문입니다.
노년이 되면 반갑지도 않게 단절과 고립이 찾아옵니다. 정년과 함께 사회적 
관계도 단절이 되고 친구들도 하나 둘씩 떠나갑니다. 자녀들은 바쁘다고 얼굴도 
내밀지 않습니다. 연말이 되면 더욱 심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성탄과 
새해가 다가오고 있으니 노년들이여 외롭다 마시고 하나님의 참 소망을 
기리면서 우리 함께 이겨 내십시다.  
                                                     
김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