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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이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기 까지

글쓴이 : 농부 날짜 : 2017-11-27 (월) 16:19 조회 : 1343

      추수감사절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기 까지

 

                                                                                       김 홍준

    너희들도 추수감사절을 지키느냐칠면조를 구워 먹을 거냐고 우리 가게에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이 묻는다미국에 온 지 5년이 되어가던 추수감사절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나도 칠면조를 구워 먹고 싶지만 어떻게 요리하는지 몰라서 못한다고 하니까 내가 2마리를 구워서 한 마리 갖다 줄게 하면서 갔는데 34년이 지났는데 가져오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도 굽고 있는 모양이다.

 

    꼭 미국 식으로 만 요리 해 먹어야 하느냐고 하면서 칠면조 한 마리 사다가 닭 볶음 탕을 하듯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한국식으로 양파마늘 등등 각종 양념을 넣고 볶음 탕을 해 먹었다한국에서는 모르던 명절에 우리도 동참하려니 명절 기분도 나지 않고 어색하기만 하다.

 

    매년 11월 셋 째나 넷째 목요일이 추수감사절 이다그 다음 해에는 칠면조 요리 방법에 대한 신문 기사를 오려 놓았다가 그대로 해 보니 처음으로 칠면조 구이가 되었다어린 딸아이가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 온 가족이 좋아하는 가운데 칠면조 요리가 처음으로 식탁을 점령했다.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잘 하시는 분들에게 묻고 배우면서 몇 년을 하다 보니 점점 맛있고 훌륭한 칠면조 요리가 되어간다이왕에 하는 김에 큰 것으로 구입하고 유학생이나 혼자 있는 분들과 아이들 친구들을 초청하여 나누기 시작하니 그제야 명절 기분도 들고 내 마음에 나의 명절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스터핑 빵가루를 칠면조 뱃속에 넣고 구우면 칠면조 기름이 흘러 들어가서 요리가 된다고 하여 그대로 하다가 당근이나 쎌러리를 썰어 프라이팬에서 칠면조 목을 삶은 물을 넣고 볶아서 넣으니 훨씬 맛이 좋다다음에는 칠면조를 미리 사다가 잘 씻고 건조한 후에 마늘 가루와 후추 가루 그리고 소금을 잘 섞어서 안과 밖에 골고루 발라준 후 하룻밤을 지난 후에 구우니까 간이 잘 배어서 아주 맛있는 칠면조 구이가 되었다.

 

    같이 식사 할 사람의 인원수대로 1인 당 파운드 짜리 칠면조를 구입하면 충분하다우리들 입맛에 익은 고기가 아니라서 그래비의 맛은 많은 영향을 준다처음에는 찬물에 그래비 가루를 풀어서 냄비에서 잘 저어주면서 끓였는데해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칠면조 목을 5-6 시간 푹 삶아서 뼈를 골라내고 그 국물에 그래비 가루를 풀고 마늘과 참기름을 넣고 요리하니까 너무 맛있다고 좋아 들 한다.

 

    칠면조와 꼭 어울리는 감자 으깨어 만든 머쉬 포테이토는 싱싱한 감자를 푹 삶아서 우유와 버터를 넣고 간을 맞춘 후 잘 으깨고 파셀리 가루를 뿌려주면 신선하고 맛있는 요리가 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기들도 한 가지 씩 하겠다고 옥수수 캔을 따고 살짝 데워 놓기도 하고올리브나 빵을 준비하기도 한다칠면조를 구우면서 곁에 햄 덩어리를 놓아두면 같이 익어간다햄에 칼집을 많이 내고 허니 머스타드를 바르고 파인애플 조각을 얹어 놓으면 아주 맛있게 익는다.

 

    이렇게 기쁘게 요리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나누는 즐거움이 진정한 추수감사절의 의미인 것 같다아이들이 자라고 결혼을 하고 살림을 시작하더니 어느 날 인가는 아들이 아빠 이제 내가 할 게” 한다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 시대가 저무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도 든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도 아들 집에서 그레비는 아빠가 끓인 것이 제일 맛이 있다고 나에게 부탁한다아들의 처갓집 식구들과 우리 두 가족이 모여서 즐겁게 대화하며 풍성한 음식을 즐기며 베푸신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사돈 가 같은 교회 식구들이라서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그 집 식구들도 외아들의 집안이라서 외로운데 우리도 집안 식구들이 얼마 되지 않아 같이 모이니 풍성하고 너무나 좋다금년에는 바닷가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사돈 집사님이 잡은 오징어를 가지고 와서 썰어 놓으니 너무나 싱싱하고 맛있는 한치 회가 된다.

 

    오징어는 주로 어두운 밤에 전기 불을 켜 놓고 모여든 고기를 잡는데 다양한 오징어 종류 중에서 15-20cm 정도의 한치가 가을부터 늦은 겨울까지 잡힌다마트에서 사 먹는 오징어는 가장 큰 축에 들어가고 중간 크기가 한치이고 가장 작은 것을 꼴뚜기라 부르는데 미국 사람들은 그냥 통틀어서 오징어라 한다회로 먹는 데는 중간 크기인 한치를 제일로 친다.

 

    몇 년 전 이 지역에서 한글 학교 교사 연수회에 강사로 오셨던 선생님들을 모시고 이곳저곳 관광을 시켜드리다가 저녁에 바닷가에서 한치 낚시하는 것을 구경하고 많이 잡은 사람에게 부탁하여 한 봉지를 샀다다음날 아침 식사 시간에 손질한 한치 회를 손수 만든 초장과 함께 대접하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일을 기억하고 정말 맛이 있었다고 하신다달콤새콤한 초장에 목욕 시킨 부드럽고 졸깃하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삭풍이 불고 예쁘게 치장한 단풍잎이 떨어지면 이별의 아픔을 생각하게 되고 쓸쓸한 계절이라 하지만 떨어진 낙엽은 차가운 겨울날 포근하게 나무 뿌리를 감싸주고 겨우내 내린 눈 비에 썩어서 나무가 필요한 영양분이 되어 희망이 싹트는 봄에는 다시 어린 새싹으로 환생 하듯이 우리 인간들도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 하며 자녀들을 위하여 온갖 어려움과 정성 어린 사랑으로 키우고 돌보다가 흙으로 지어진 육체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데 감사하게도 영은 하나님의 품 안에서 영원토록 살 수 있는 특권을 주심은 크나큰 은혜요 감사의 조건이다.

 

    금년 한 해도 온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며 어려움을 이기고 가족 간에 사랑을 나누며 살 수 있었음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이라 생각하며 이러한 삶을 살 수 있는 은혜가 무한 감사하기만 하다.

11.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