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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나의 고향

글쓴이 : 엣소년 날짜 : 2018-08-18 (토) 10:51 조회 : 50
     우리 집 나의 고향 

                                                                         
                                                                                                                                                                              김 태 정
기울어진                                                 
싸릿문 넘어
바지랑대 하늘 닿은곳!

마당을 
가로지른 빨래줄 위에 
방금 
아낙의 손에서 벗어난 

영혼들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햇볕에 
몸을 맡겼다.

장독을 
타고넘은 추억의 내음이 
화사한 햇살의 환영을 받으며 
뒷뜰로 향하고

이슬이 마를쌔라 
긴 목을 
내밀어 갈곳을 찿아 나선 
나팔꽃은 

얼마못가 
아침 햇살을 만나 수줍었는지 
울타리에 기대어 얼굴을 가리웠다

울타리 
끝까지 올라선 호박꽃은 
어느새 
진노랑 치장을 마치고 

활짝 
꿀벌의 방문을 기다리고

담장넘어
학교 운동장 한켠에 
장구한 세월을 꿈적않고 서있는 
저 표상같은 느티나무! 

그 적막함 곁에 맴돌던 
우렁찬 왕 매미는

어서 방학이 
끝나기를 고대 하는지...

아이야 ! 염려 말거라
곧 있으면 
훌쩍자란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올텐데...

한낮의 
소낙비가 물러가고 
방울 맺힌 
잎새위에 살포시 구름비낀
햇살 얹히면

보일듯 말듯
들릴듯 말듯 
가늘게 이어지던 
보리 매미!

살금! 살금!
서툰 손길에도 이내 순응하고 마는
힘없는 저항!

늘상 
포획에서 얻는 포만보다
서글픈 동정에 마음이 
아릴때도 있었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옥수수밭 
논두렁을 지나 도착한 
원두막! 

쓰름매미 
소리에 익어가던 
노오란 참외에 시선이 
멈추었지만

벼 잎사귀에 스쳐 
쓰라린 종아리 
메뚜기 발톱에 긁힌 이마에 
손을 빼앗겼다.

뚝방위
긴 미류나무 그늘이 개울을 건너 
양지편을 향해
논두렁을 타고 넘으면 

널어놓은 
고추를 채덮는 일이 
나의 임무로 주어졌다 .

이어
뚝방을 덮은 학교산 그림자가
기세를 몰아 
논두렁과 소년의 일상 까지
어둠안에 가두울 즈음

주막을 나선 
부개실, 다락골, 용디미 아저씨들의 
귀가 행렬이 
우리집 앞으로 이어지곤 했다.

가다 멈춘 
일행들 틈에서 재촉하는 소리가
이따금 들려왔다.
갈겨 안갈겨 빨리 가자고...


취했는지 
고개를 떨군 
시선은 어딘지 모르고
손을 내저어
취했음을 알리는 것으로 
재촉에 대한 답을했다.

주인을 
모시고 나와  겁을 상실한 
자전거는 
이제 주인을 몰라보는 고로

더는 
주인을 모실수 없으니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고

분별력 잃은 
주인은 그나마 
추락한 신분에 대한 응징의 
자격이 있음에 
실컷 위안하는 듯 보였다.

이시각    
시골 아낙의  바쁜
손놀림이

조용히 
농촌의 저녘 정취를 
그려내고 있었고

굴뚝을 
타고 나와 하늘을 유영하는 연기가 
고을을 덮을 즈음

가장의 
귀가에 맞춰 이어질
평화로운 시골 농가의 

단란하고 
화목한 저녘을 짐작키에 
충분케 했다

일출보다 이른 
빈농의 삶은
따가운 햇살만큼 가파르기만 해서

석양을 넘겨 
몸을 추스린 아낙이 겨우 
장독을 짚고서야 
하늘을 
볼수 있었을땐

바지랑대 끝에 앉아 
숨을 고르던 
잠자리도
이미 갈길을 떠난 뒤 였었다. 

저 머언 날
누이 손끝에 머물다 
외면당한 봉숭아는 이제 
기억이나 할런지... 

정작 
가고없는
그때의  추억과  다시금
마주 하고만 싶다.